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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세 고시의 광풍이 돌고 있는 시대에 영유가 아닌 공동육아협동조합어린이집이라니, 생소하시죠? 아이를 키우면 당연히 영유에 보내겠거니 생각했던 저에게도 정말 생소했던 이름입니다.


간단히 설명드리자면,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부모가 운영에 참여하는 ‘조합형 어린이집’이고, 인지 교육을 하지 않고 ‘살면서 배우고 놀면서 자라는’ 교육을 지향하는 어린이집입니다. 생생한 사진과 함께 소개드려볼게요!

 

 

[출처:JTBC ‘내가 키운다’]

 

 


매일 나들이 가는 교육


옆에 있는 아이에게 “해와달(제가 보내는 공동육아어린이집 이름입니다)에서 제일 좋은 게 뭐야?” 하고 물으니, “산에 올라가는 거!”라고 대답하네요. 


공동육아어린이집은 “나들이”라는 활동을 합니다. 매일 아침 2시간 정도 터전(어린이집 공간을 의미합니다) 근처의 마당이나 숲, 산에서 자유롭게 놀이하는 시간입니다. 한정된 시간 동안 교사의 지시에 따라 진행하는 체험활동이 아니라, 매일 2시간씩 아이들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아이들이 관심 갖는 것에 충분히 빠져들 수 있게 하는데요.


나들이는 아이들에게 ‘보호’라는 제한에서 벗어나는 신체적인 ‘자유로움’의 일환이고, 아이들은 미끄러질 수 있는 권리, 넘어질 수 있는 권리, 뛰어내릴 수 있는 권리를 충분히 누릴 수 있게 됩니다!


또 아이들은 플라스틱 장난감 없이, 돌멩이, 나뭇가지, 꽃잎, 진흙 같은 자연물을 가지고 놉니다. 매일 놀면 지루해할 것 같지만, 아이들은 매일매일 계절마다 다른 자연물을 발견하고 먹기도(!) 하며 신나게 하루하루를 만들어갑니다.

 


봄에는 산수유 열매, 여름엔 아카시와 찔레순, 가을엔 밤껍질과 단풍을 찾으며 놀아요!
 


폭설이 내리면 아이들은 가장 신나는 날이 됩니다, 숲속 놀이터는 스키장이 부럽지않아요~


 
꽃잎과 진흙, 오래된 숟가락만 있으면 무엇이든 만들 수 있어요!

 

 


평어 쓰는 교육


공동육아에서는 아이들이 어른(교사, 부모)을 별명으로 부릅니다. 그리고 어른들끼리도 서로를 별명으로 부르는데요. 처음 3개월 정도는 누가 봐도 중후하신… 분들을 귀여운 별명으로 부르려니 영 적응이 안 돼 힘들었던 게 사실입니다.


평어를 쓰는 이유는 어린이와 교사, 부모 사이에 보다 친밀하고 자유로운 관계를 맺고, 인간관계를 쌓아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인데요. 어른이라는 상하관계, 일종의 권력관계에서 주는 제약을 어떻게 하면 없앨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나온 산물이라고 합니다.


어린이집에 들어가면 여기저기서 아이들이 저를 부르는데요. “펭귄! 나 이거 만들었어 이게 뭐냐면~” “펭귄, 오늘 딱지 가지고 오기로 했잖아. 또 까먹었어?” “펭귄 나 오늘 펭귄이랑 하원하고 싶어, 우리엄마한테 펭귄이 얘기해줘” 등등.. 40명이 넘는 아이들과 찐하게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소통할 수 있답니다.


 
[출처 MBC 예능 라디오스타]

 

사실 우리나라 문화에서 아이들이 어른에게 존댓말이 아닌 평어를 쓰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분들도 많고, 실제로 저희 어린이집에서도 나들이길에 다른 어른들을 만날 때는 존댓말을 쓰도록 하기도 합니다. 다만, 아이와 어른이 서로 평어로 대화할 때 주는 소통과 표현의 자유로움, 이건 직접 느껴보셔야만(?) 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모가 참여하고, 교사를 전적으로 신뢰하는 교육


부모는 협동조합의 출자원이 되어 출자금을 납입하고, ‘터전’이라 부르는 어린이집 운영에 참여하게 됩니다. 예를 들자면 저는 홍보소위의 위원이고, 이번 학기 저희 방(room)의 방장을 맡고 있고요. 저희 남편은 교육소위의 위원입니다. 부모들 중 각 소위의 이사도 맡아야 하고, 이사장도 맡아야 합니다. 이사장은 각종 회의를 주재하고 운영을 총괄해요. 모든 임기는 1년씩이고요.
운영이 부모들의 몫이라면, 교육은 교사진이 전적으로 책임집니다. 부모들은 우리 터전의 교사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우리 아이들’을 같이 키우자는 약속을 실천하는 것으로 지원합니다.

 

 


살면서 배우고, 놀면서 자라는 교육


개인적으로 머리가 띵! 울렸던 일이 있는데요. 터전에서 반기마다 있는 ‘교육함께회의’에서 한 교사분이 공개적으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아마(엄마아빠를 의미함)들, 특히 6살 이상부터는 제발 좀 일찍 하원시키지 마세요. 한 명이 먼저 가고, 또 조금 있다가 누가 먼저 가고, 이러면 오후 자유놀이가 중간에 끊겨요. 아이들이 충분히 놀아야 하기 때문에, 늦~게 늦게 하원하세요.”


이 말을 듣고 저는 충격에 빠졌습니다. 아니, 교사분들도 결국엔 직장인인데, 왜 애들보고 더 있으라고 하는 거지? 도대체 이분들은 얼마나 ‘놀이’에 진심인 걸까?


공동육아의 하루는 [오전 체조와 모둠 → 나들이 → 점심 → 잠깐 놀이 → 낮잠 → 오후 자유놀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루 종일 놀기만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아이들은 놀이 속에서 조율과 조정을 배우게 됩니다. 자신의 감정 뿐만 아니라 친구의 감정도 소중하다는 것, 어디까지 하면 안전하고 어디서부터는 위험해진다는 것, 엄청난 자기 주장이 일어나는 아이들의 사회에서 조율하고, 살아남고, 가끔은 또 지는 것! 이 모든 것들을 신뢰하는 공동체의 놀이 속에서 배우게 됩니다.

 

“놀이 속에서 조율과 조정이 일어날 때다. 욕심이 앞서는 아이는 마음이 내키지 않아도, 속이 터질 듯 속상해도 역지사지로 내 품을 내어주기도 하고, 급한 아이는 속도를 늦추는 법도 배우고, 느린 아이는 쫓아도 가보면서 저 너머의 다른 세계를 만난다. 가르쳐서 될 일이 아니다. 놀다 보니, 놀기 위해 터득한 기술들이다. 함께 한다는 것이 무엇이며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지 아이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 몸으로 체득한다. 평생 써먹을 수 있는 사회적 기술을 이때 체득하는 것이다.” (출처: 단행본 공동육아, 더불어 삶)

 


매일 노는 뒷마당
 


매일 나들이 가는 산, 계절마다 다른 꽃과 열매를 한아름 안겨줍니다

 

아이들은 자유놀이를 하면서 다투기도 하고, 조정과 중재를 시도해 보기도 하며, 놀이의 주도권을 가져보기도 하고 또 뺏겨보기도 합니다. 또 오후 자유놀이 시간에는 연령 통합으로 지내기 때문에 형님들이 하는 놀이를 따라 하고, 동생들을 챙겨주기도 하며 지냅니다. 형님동생이 함께하는 통합 놀이 시간은 요즘 같은 핵가족, 외동 시대에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게 아닐까 싶어요.

 

“아이들에게 최고의 선생님은 서너 살 위의 형님들이다. (중략) 핵가족 시대에 대가족 형제들처럼, 동네 골목에서 놀던 아이들처럼 그렇게 놀던 모습을 그리며 공동육아는 만들어졌다.”  (출처: 단행본 공동육아, 더불어 삶)

 

 


형님들이 손질하고 만들어서 동생들에게 먹이는 봄 제철 음식(?!) 진달래 화전


또 비록 할로윈과 크리스마스 행사는 없지만, 지신밟기, 달집태우기, 귀밝이술 먹기 같은 정월대보름 행사를 하고요, 단오에는 모두 모여 창포물에 머리감기도 합니다. 동지에는 긴긴 밤~ 지새우며 놀기도 하고요. 그 외에도 유기농식단, 방모임 문화 등등 소개해드리고 싶은 게 너무 많지만, 여기서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혹시라도 관심이 생긴 분들이 계시다면, 집 근처에 있는 공동육아어린이집을 찾아보세요! https://www.gongdong.or.kr/ 에서 전국 공동육아어린이집 현황을 확인하실 수 있답니다. 

 

 

여변님들, 오늘도 아리아리*!!

 

*아리아리; 없는 길을 찾아주거나 막힌 길을 뚫어준다는, 힘내자는 의미의 순우리말

 

 

 

 

■ 이혜윤 변호사 ■

 

공동육아 별명 ‘펭귄’  
사법연수원 44기 
현) 법무법인 영 변호사
전) 샌드박스네트워크 법무팀장

 

 

 

 

담당 이혜윤 변호사 Ⓒ (사)한국여성변호사회 뉴스레터발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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