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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한국여성변호사회, 십대여성인권센터, 탁틴내일 등은 헌법재판소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청소년성보호법') 제18조 위헌 결정(2026. 5. 21. 선고 2023헌가15 결정)과 관련하여 깊은 우려를 표한다. 이번 결정은 법원칙을 과도하게 강조하여 아동·청소년 보호라는 시대적 가치에 역행했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여야 한다는 국민의 요구에 대한 입법자의 결단을 헌법재판소가 무력화시키는 아주 나쁜 선례가 될 것이며, 사법부의 온정주의와 맞물려 피해자 보호를 후퇴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것으로 우려된다.

 

1. 위헌결정의 주요 내용

 

이 사건은 초등학교 교사가 담당 학생들을 강제추행하여 기소된 사건에서 비롯되었다. 검사는 아동 신고의무자가 보호·감독 대상을 성추행한 경우 법정형을 가중처벌하도록 규정한 청소년성보호법 제18조를 적용하였고, 해당 법원은 위헌 여부를 제청하였다. 헌법재판소는 2026년 5월 21일 재판관 7(위헌) 대 2(합헌)의 의견으로 위 조항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반된다는 위헌 결정을 선고하였다.

 

헌법재판소는 최근 수년간 아동·청소년 성보호 조항의 합헌성을 반복 심사해 왔다. 2019년(성착취물 소지죄), 2020년(공소시효 특례), 2022년(성착취물 제작·배포 가중처벌) 등에서는 아동 보호의 중대성을 인정해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특히 2021년에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7조 ‘아동학대 신고의무자가 보호하는 아동에게 아동학대 범죄를 범한 때에는 그 죄에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한다’는 조항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헌법재판소 2021. 3. 25. 선고 2018헌바388 결정).

 

그러나 이번 청소년성보호법 제18조 가중처벌 조항은 2021년도에 합헌결정을 내렸던 아동학대 가중처벌 조항과 구조가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위헌결정이 내려졌다. 결국 법정형의 하한을 고려하여 최종적으로 ‘집행유예 선고를 할 수 있는지 여부’에서 결론이 달라진 셈이다. 집행유예는 3년 이하의 징역형을 선고할 때에만 함께 선고할 수 있으며, 현행 청소년성보호법 제18조는 선고형의 최하한이 징역 3년 6개월이어서 집행유예 선고가 불가능하다.

 

2. 결정의 의의 및 한계

 

결정문을 살펴보면, 강제추행 경중에 따라 재판부가 집행유예부터 높은 징역형까지 재량을 가지고 선고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일응 수긍할 만하다.

 

그러나 현재 아동·청소년 성범죄 사건에서 집행유예 선고에 머무르는 ‘솜방망이 처벌’이 많아 입법취지와 국민법감정과 괴리가 있다는 비판을 고려하면, 이번 결정은 국민들에게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에게 집행유예 가능성을 열어주라’는 메시지로 해석될 소지가 크다.

 

헌법재판소가 지키고자 했던 법원칙이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고 원래의 취지대로 반영이 되려면, 결정문에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현실의 고민이 담겨있어야 할 것이며, 이를 해석하고 대응하는 후속 조치 부서들이 발 빠르게 움직일 수 있도록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번 결정문에는 그러한 내용이 담겨있지 않아 다음과 같은 우려가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3. 결정문에 대한 구체적인 우려 표명

 

첫째, 이번 결정으로 아동·청소년 성범죄에 있어 사법부의 온정주의와 솜방망이 처벌이 고착화될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우리 법원의 실제 양형 현실을 직시하여야 한다. 성평등가족부가 발표한 「2024년도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발생추세 및 동향 분석」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성범죄에 대한 우리 법원의 집행유예 선고 비율은 참담한 수준이다. 아동·청소년 성매수 사건의 집행유예 비율은 무려 64.8%에 달하며, 디지털 성범죄(성착취물 소지·유포 등)는 48~56%, 심지어 아동·청소년 강제추행 사건에서도 52.1%의 피고인이 집행유예로 풀려나고 있다.

 

우리 사법부는 그간 ‘진지한 반성’, ‘초범’, ‘피해자와의 합의(또는 일방적 공탁)’ 등을 감경사유로 인정하며, 가해자들을 사실상 무죄 방면하다시피 하는 관대한 양형 기조를 유지해 왔다. 아동 성범죄에 대한 이러한 사법부의 온정주의가 국민의 법 감정과 심각하게 괴리되어 있는 작금의 현실에서, 최고 법률기관인 헌법재판소가 낮은 선고형 실태에 대한 근본적인 경종 없이 조문의 구조적 결함만을 지적한 것은 매우 뼈아프다. 결과적으로 이번 위헌 결정은 현행의 솜방망이 처벌 기조를 헌법적으로 정당화하고 고착화시키는 강력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반면 미국은 연방 양형기준(USSG)상 아동 성범죄의 기본 점수를 높게 설정해 집행유예를 구조적으로 원천 차단하고 예외적으로 집행유예가 가능하도록 재판장에게 재량을 주고 있고, 영국 역시 성범죄 양형지침을 통해 그루밍 단계부터 수년의 실형을 '출발점'으로 삼는 무관용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글로벌 스탠다드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이러한 온정적 사법 현실 속에서 가중처벌 조항의 법정형 하한마저 무력화된다면, 피해 아동에 대한 실질적 보호는 더욱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아동·청소년을 감독하는 자가 자신의 영향권 내에 있는 미성년자들에게 행한 범죄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마땅히 보호를 받아야 할 이로부터 범죄를 당한 것이어서 향후 이들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어느 범죄 유형보다 강력한 처벌이 요구되는 지점임에도 불구하고 기계적으로 법원칙을 적용한 부분은 큰 아쉬움이 남는다.

 

2) ‘결론만 인용’하는 현실과 선고형 저하 우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일반 국민과 실제 재판의 피고인(가해자)들은 이러한 구체적인 법리적 맥락을 사유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실무 전반에서는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세부 조건과 무관하게 ‘헌법재판소가 아동 성범죄 가중처벌 조항에 위헌을 선고했다’는 단편적인 결론만을 인용할 것이 명약관화하다. 이로 인해 가해자 측의 감형 주도권이 강화되고, 사법부의 온정주의 기조와 맞물려 아동 성범죄 전반의 실질 선고형이 하락하는 도구로 악용될 위험이 매우 크다.

 

3) 헌법재판소 결정문의 구조적 방임 : 양형기준 개선 촉구의 부재

 

최고 법률기관인 헌법재판소라면 이러한 사법 현장의 오독 가능성과 파장을 충분히 예견했을 것이다. 따라서 결정문 내에 ‘온정적 양형 관행에 대한 경종’을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법정형 하한을 낮추는 대신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사법적 대안을 강력히 촉구하는 내용으로 연결했어야 한다. 헌법재판소가 이러한 실무적 고려 없이 조문의 구조적 결함만을 기계적으로 판단하여 위헌을 선언한 것은 최고 법원으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구조적 방임이다.

 

4. 향후 대응 방안 촉구

 

1) 국회에 대한 요구

 

헌법재판소의 결정문 취지에 따라 단편적으로 법정형의 하한만 수정할 것이 아니라, 보호·감독 관계에서의 아동 성범죄 가중처벌 조항을 행위 태양에 따라 세분화한 정교한 대체 입법을 조속히 마련하라.

 

2)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대한 요구

 

법정형의 하한이 낮아진 공백을 메우기 위해, 보호·감독자에 의한 아동 성범죄의 기본 선고형을 대폭 상향하고 집행유예 적용 요건을 극도로 제한하는 특칙을 양형기준에 즉각 신설하라.

 

3) 법무부 및 성평등가족부에 대한 요구

 

처벌 사각지대를 방지할 대체 입법안을 신속히 제출하고, 위헌 결정 이후의 선고형 변화 추이를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여 실효성 있는 피해자 보호 대책을 수립하라.

 

이에 한국여성변호사회(회장 허윤정), 십대여성인권센터(대표 조진경), 탁틴내일(상임대표 이현숙) 등은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에 대한 처벌이 미국·영국 등 해외 선진국에 비해 터무니없이 관대한 상황에서, 이번 위헌 결정이 가해자들에게 법적 무기를 쥐여주는 결과로 귀결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는 바다. 헌법재판소가 결정문에서 미처 다하지 못한 '양형기준 개선 촉구'의 과제는 이제 국회와 대법원의 몫이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십대여성인권센터, 탁틴내일 등은 아동 피해자 보호라는 헌법적 가치가 사법적 온정주의로 인해 후퇴하지 않도록 관련 기관의 즉각적이고 실질적인 후속 조치를 강력히 촉구한다.

 

 

 

 

2026. 5. 26.

(사)한국여성변호사회(회장 허윤정)

십대여성인권센터(대표 조진경)

(사)탁틴내일(상임대표 이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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