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2026. 3. 26.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의 진술이 담긴 영상물에 대해 신뢰관계인 등의 성립인정만으로 증거능력을 부여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이라 한다) 제30조 제6항에 대하여 합헌 결정을 하였다. (사)한국여성변호사회는 사법 약자인 장애인 피해자의 특수성과 현행 공판 과정의 한계를 직시한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단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해당 조항은 피해자가 직접 법정에 출석하지 않더라도 신뢰관계인 등의 성립인정 진술을 통해 영상 진술의 증거능력을 인정함으로써, 피해자가 법정에서 범죄 피해를 반복 진술하며 겪게 되는 심리적·정서적 충격과 반대신문 과정에서의 공포·수치심 등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취지의 규정이다. 특히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의 경우 인지 및 의사소통의 제약으로 인해 법정 진술 과정에서 더 큰 부담을 겪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위 조항은 이러한 피해를 예방하고 과도한 신문이나 의사소통의 제약 등으로 피해자의 진술이 왜곡되거나 불명확해질 위험을 완화함으로써 실체적 진실 발견에 기여하려는 목적도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21. 12. 23.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의 영상물 증거능력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당시 결정은 피고인의 반대신문권 보장이라는 형식적 논리에 치중하여, 심리 비공개, 증인지원시설, 비디오 중계장치 등 현행 제도를 통해 피해자 보호가 가능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피해자가 법정에서 겪어야 하는 심각한 트라우마와 2차 피해의 실상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은 장애인 피해자의 경우, 직접 출석을 통한 반대신문이 가할 수 있는 치명적 위해를 인정함으로써 피고인의 방어권과 피해자의 기본권 사이의 실질적 조화를 이룬 진일보한 판단이다. 특히 합헌 의견을 낸 김형두·조한창·정계선·마은혁 재판관은 반대신문권의 핵심은 ‘물리적 대면’이라는 형식 자체가 아니라 ‘진술의 진실성을 검증할 수 있는 실질적 기회가 보장되는지’에 있다고 강조하였다.
비장애인 성폭력 피해자도 피해자 진술을 탄핵하는 반대신문 과정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압박감과 위압감을 토로하는 상황이다.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는 비장애인보다 훨씬 큰 심리적·정서적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점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과거 2021년 미성년 피해자 사건에서의 위헌 결정은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절대적 성역’으로 간주하여 피해자의 고통을 부차적인 것으로 치부했다면, 이번 합헌 결정은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는 신체적·정신적 취약성으로 인해 자신의 피해 사실을 법적으로 방어하고 증언하는 데 있어 비장애인과 다름을 인정하였다. 나아가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가 피해자의 인격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반대신문권이 제한될 수 있음을 분명히 하였다. 따라서 이번 결정은 2021년 미성년 피해자 사건에서의 위헌 논란을 넘어, 우리 사법 체계가 실질적 정의와 인권 중심의 절차로 나아가야 함을 선언한 중요한 이정표라 할 것이다.
(사)한국여성변호사회(회장 허윤정)는 이번 결정을 계기로 미성년자 및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인 성폭력 피해자가 수사 및 공판 과정에서 보호받는 사법 체계가 공고히 구축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아울러 피해자의 인권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법적 조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며, 필요한 입법적 보완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2026. 3. 27.
(사)한국여성변호사회
회 장 허 윤 정







